※ 법무법인 마중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산재계의 변화를 이끌며, 판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내 머리에서 널 지우지 않게 해줘"
내가 다니는 회사의 2인자가 단둘이 있는 사무실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여러분은 어떨 거 같나요?
심지어 승진과 노조 탈퇴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하는 말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에너지 계열 공기업 자회사에 다니는 노조 간부 A 씨가 두 달여 전 실제로 겪은 상황입니다.
A 씨는 지금까지도 큰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작스러운 2인자의 호출
올해 2월, 이 회사의 노사는 일종의 직급체계인 '승격 제도 시행 시기'를 두고 마찰을 빚었습니다.
그간 순탄했던 노사 관계는 이후부터 껄끄러워졌는데요.
노사의 긴장감이 팽팽하던 3월 말, 갑자기 사업관리실장이 면담을 하자며 A 씨를 불렀습니다.
사업관리실장은 대표이사 바로 다음으로, 이 회사의 2인자입니다.

A 씨가 그린 B 실장의 사무실.
A씨는 "3평 남짓한 B 실장의 사무실에서 면담을 했다"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1대1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면담에서부터 노조 탈퇴 압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B 실장은 A 씨에게 "나는 그래도 너한테 손을 한 번은 내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부른 것"이라며 "내가 너와의 관계를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같이 갖고 갈 수 있는지, 아니면 정말 다른 애들처럼 공적으로만 봐야 되는 사이인 건지 무거운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번에 솔직히 조합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이 컸기 때문에 니가 그 부류에 솔직히 좀 끼지 않았으면 좋은, 나는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너가 지금 현 조합에서 취하는 이득이, 나는 솔직히 그거는 모르겠다"며 "내가 너의 손을 잡을 것인지 놓을 것인지는 결정은 어쨌든 네가 할 것이고, 나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B 실장은 ' 특별 승진' 도 갑자기 언급합니다.
B 실장은 "특별 승진 얘기가 나왔다"며 " 내가 거기에 일단 넣어주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대표이사에게) 말을 해서 넣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현 상황으로 불가능"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갑니다.
B 실장 "내가 너한테 내밀 수 있는 손을 내밀 거고, 나의 손을 잡을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하시고"라며 "근데 어쨌든 네가 이 손을 잡지 않는다 해도 그거를 뭐 무시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만 거기에 "그냥 딱 어떻게 보면 너랑 나랑의 관계는 이제 리셋인 거고 내가 너한테 이렇게 공적인 거 외에는 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B 실장에게 막강한 인사 평가 권한이 있다는 점도 녹취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B 실장은 " 내가 평가를 할 때 나는 일단 그 평가에서 제외되는 사람, 그러니까 낮은 점수를 줘야 되는 사람들은 먼저 선정한다"며 "잘 주는 사람을 먼저 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뺄 사람을 먼저 선정한다"며 "버리고 난 다음에 그러니까 제외시키고 난 다음에 여기서 먼저 설정을 하고 3명이든 4명이든 설정해 놓은 상태로 나머지는 중간 중간 중간이야"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A가 현명한 선택이 되길 바란다. 내가 내 손으로 너를 내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게끔 해주길 바란다"
■"집행부는 일단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

면담 녹음 파일 재생 화면.
B 실장은 A 씨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며 1차 면담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어진 4월 초의 2차 면담.
A 씨가 노조 탈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번에는 다른 회유성 발언이 이어집니다.
B 실장은 "나는 적어도 니가 노조를 하나 세우든 저쪽에서 들어가든 난 근데 현 조합에는 나는 네가 거기 안 꼈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어떤 노조든 좋으니 현재 노조를 탈퇴하라는 건데, A 씨가 속한 노조는 해당 회사의 제1노조로 과반이 가입해 있는 노조입니다.
B 실장은 "니가 거기 있으면 진급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나는 집행부는 일단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거듭 압박했습니다.
이어 집행부 임기를 묻고, A 씨가 2년 남았다고 답하자
B 실장은 "내가 여기 2년 후에 없을 수도 있다"며 "내가 있을 때 뭐가 이루어지고 해야지 뭐라도 너한테 남는 게 있지, 내가 여기 없으면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너의 앞날에 뭐가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압박은 될 수 있지만 사적으로 말하는 거라 괜찮다?!
두 번에 걸쳐 총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면담.
B 실장도 자신의 발언이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대화 틈틈이 "너한테 뭐 압박한다는 이런 거가 될 수 있는데 솔직히 그런 생각은 아닌 거다", " 그냥 내 의견을 얘기하는 거다", "공적으로 얘기하면 조심스러운 거고 사적으로는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조 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조합의 □□□ 위치에 있는데, 내가 참 무례한 행동인 건 맞다" 등의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압박은 아니고, 사적으로 한 얘기라고 하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얘기, 그것도 회사 2인자가 회사에서 개인 면담으로 하는 얘기가 압박이 안 되고, 공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걸까요?
■A 씨, 심리적 압박에 정신과 치료받아

A 씨의 정신과 진료서.
노조 가입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건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엄연한 부당노동행위입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홍지나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사용주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 노조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불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고지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B 실장에게 압박받았다는 A 씨.
A 씨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제1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이 느껴졌다"며 "B 실장이 승진을 미끼로 노조 탈퇴에 대한 압박과 회유를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가 그만두면 일반 조합원이 그만둔 것보다 파급력이 세다고 회사 입장에서는 생각했을 것"이라며 "처음 그 말(승진)을 들을 때는 딜레마에도 좀 빠졌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익을 위해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근데 저는 조합원들이 뽑은 선출직 조합 간부라 사익을 선택하는 것은 신념 상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B 실장과의 면담 이후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우울성 장애, 강박장애를 진단받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직원 격려·조언이 핵심…회유라는 건 왜곡된 제보"

전화 인터뷰 거절에 취재진이 회사로 입장을 들으러 갔지만 거절당했다.
노조는 해당 의혹에 대표이사도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표이사는 KBS 취재진의 질의에 "노조 사람들의 인사 발령을 하려면 노조와 상의해야 한다"며 회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내 게시판에는 임기를 두 달 앞두고 인사를 하겠다며 이임사를 올렸습니다.

대표이사가 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이임사 중 일부. 해당 글은 이틀 뒤 ‘사랑하는 ○○○○○○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던 B 실장은 문자를 통해 "전후 맥락과 당사 단체협약 규정에 대한 이해 없이 왜곡돼 제보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B 실장은 "모 사업소장의 건강 악화로 공석 발생 우려가 있어 후임자 검토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다"며 "평소 많은 직원을 제 방에 모셔 티타임을 가졌고, 그분들 대다수는 조합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평소 많은 직원과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특정인과 어떤 단어를 사용해 대화했는지 일일이 명백하게 기억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소장 역할까지도 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생각에 차기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을 것"이라며 "결코 특정 노조원을 회유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습니다.
B 실장은 " 단체협약 규정상 노조 간부는 인사 발령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돼 있다"며 "또, 사업소장은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래에 소장 직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를 가정할 때, 사규나 단협상 수반되는 객관적인 조항과 일반적인 절차에 대해 선배로서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을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단어의 단편적인 뉘앙스보다는, 평소 아끼던 직원분들의 발전 가능성을 격려 및 조언하고자 했던 대화의 본질적인 취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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