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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지급 결정일’로 판단했지만 대법서 ‘각하’…지급 결정일로 분쟁 정리 수순
장해급여 지급을 위한 평균임금 산정 기준일이 장해 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이라고 본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자판해 각하 판결했다. 대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원심 변론 종결 후에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면 소의 이익이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각하로 마무리됐지만, 공단의 처분 취소로 사실상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장해급여가 산정되는 방향으로 분쟁이 정리될 전망이다.
‘진단일’ 기준 지급한 공단…법원 “지급 결정일로 해야”
A 씨는 대한석탄공사에서 일하다 1998년 진폐장해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고 공단은 ‘장해 진단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2018년 장해급여 지급 결정을 했다. A 씨는 요양 과정에서 사망했고, 수급권은 유가족들에게 상속됐다.
유가족들은 공단이 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공단에 장해급여 차액분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차액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유가족들이 공단을 상대로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일을 언제로 볼 것인가’와 ‘유가족인 자녀들이 미지급 장해보험금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가’로 좁혀졌다.
1심은 유가족들의 손을 들었다. 1심은 유가족인 자녀들이 미지급금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1심은 “장해급여 제도는 재해자의 재해 이전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금전채권의 성격을 가져 근로자 일신에만 전속되는 권리가 아닌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으로 승계의 대상이 된다”며 “관련법에 수급권 상속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일반법인 민법에 따라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이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수급권을 상속하는 것이 산재보험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유가족인 자녀들에게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했다.
또한 1심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일을 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로 판단했다. 1심은 공단의 귀책으로 진단일과 지급 결정일의 시간 차이가 20년이 된 점에 주목했다.
1심은 “대법원이 진폐 근로자가 요양 중이라도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공단이 이를 무시하고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다가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되자 지급을 시작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진단일과 지급 결정일이 20년 차이가 났다면 지급액의 실질적 가치 차이도 판단에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간적 간격을 감안하면 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단의 차액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도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2심에서는 요양 근로자에게 장해급여가 지급될 경우 공단이 공제하는 휴업급여 상당액 산정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공단은 요양 중인 근로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경우 중복 수령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에서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 휴업급여 상당액을 공제하고 장해급여를 지급한다. 공단은 진단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휴업급여 상당액을 공제했다.
공단은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면 요양 중에 공제되는 휴업급여 상당액도 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산정해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2심은 “공단의 주장은 소송 대상인 부지급 처분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며 “2심에서 이를 추가적으로 주장할 수 없어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은 ‘각하’ 판결…실무서 ‘지급 결정일’로 굳어질 듯
공단은 2심 변론 종결 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지만, 유가족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이어갔다. 이에 대법원은 소의 이익이 없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대법원은 “공단이 2심 변론 종결 후 부지급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며 “처분이 취소돼 소멸됐다면 소의 이익이 없어져 각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더라도 자판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원심 법원에 사건을 환송하지 않고 각하로 자판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사건을 각하하면서 장해급여 지급을 위한 평균임금 산정 기준일에 대한 본안 판단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하급심이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했고, 공단도 항소심 판결 이후 부지급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한 만큼 실무적으로는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본안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원고의 청구가 인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급이 상당 기간 지연됐고 지연의 원인이 공단의 부당한 업무처리 관행에 있음이 인정되면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한 미지급 차액 청구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분쟁이 생긴 뒤 실무적으로도 최대한 재해자와 유가족에게 유리한 방향인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청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쟁점이 됐던 휴업급여 상당액 산정 기준일에 대한 법적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쟁점에 대해서는 하급심도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산재보험법에 명문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휴업급여 상당액 산정 기준일에 대해서는 법원이 원심에서도 아무런 실체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산재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법원이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휴업급여 상당액을 산정하는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에 명문 규정이 없어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산정할지, 장해 진단일을 기준일로 산정할지에 대해서는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법원이 쟁점을 정리해주기 전에는 단정 지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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